인간 · SP-0024
배양육
나는 배양육이 싫습니다.
생명을 죽여 먹는다는 감각이
사라지는 게 싫어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먹습니다.
포장된 플라스틱을 뜯고,
붉은 살점을 팬 위에 올리고,
익으면 자르고,
씹고,
삼키죠.
그 고기가
얼마 전까지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굳이 떠올리지 않습니다.
나는 그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인간은
무언가를 먹기 위해
무언가가 죽었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정육 과정을 좋아했습니다.
칼을 넣으면
근육은 생각보다 질깁니다.
겉은 부드러워 보여도
안쪽 힘줄은 끝까지 버티려고 하죠.
특히 관절 부분은 어렵습니다.
방향을 잘못 넣으면
형태가 전부 망가져버리거든요.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대개 튀어나온 부근에서 실수합니다.
뼈가 얇고,
마디가 많아서,
칼끝이 자꾸 엇나가요.
그래서 나는 항상 말했습니다.
“손은 천천히.”
조급하게 자르면 안 됩니다.
힘줄 결 따라 넣어야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의외로 허벅지는 쉽습니다.
근육 덩어리가 커서
결만 익숙해지면 금방 분리돼요.
대신 갈비 쪽은 냄새가 남습니다.
피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특유의 호르몬 냄새가 올라오거든요.
아,
물론 종별로 차이는 있습니다.
많이 움직인 건 질기고,
어린 건 부드럽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개체는
근육이 굳어서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도축 전에
최대한 안정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겁먹으면 몸이 경직되거든요.
눈빛만 봐도 압니다.
이제 끝이라는 걸
알아챈 개체들은
숨 쉬는 방식부터 달라져요.
특히 어린 개체들은
끝까지 어른을 믿습니다.
자기 손을 잡아주던 손을
계속 따라오죠.
그게 가장 힘듭니다.
가끔은
작업 끝나고 손을 씻다가
손톱 사이에 낀 짧은 머리카락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엔 불쾌했는데
이젠 익숙해졌어요.
어차피 돼지도
비슷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