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과 무속 · SP-0013
신줄을 타고난 언니
그 언니는
태어날 때부터
신줄을 칭칭 감고 태어난 아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무당이 될 팔자라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걸 끝까지 막았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기도를 했고,
신과 관련된 것은
전부 끊어냈다.
그럴수록
언니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술도 입에 못 대던
삼촌에게 연락이 왔다.
"요즘 술을 세 병씩 마신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삼촌도
어느 무당집을 다녀왔다고 했다.
무당은 삼촌을 보자마자 말했다.
"당신 말고 조카를 데려와."
결국 언니는
인천으로 갔다.
왜 거길 갔는지도
모른 채.
굿을 받기로 했다.
닭의 목을 비틀어 올리는
굿이었다.
굿판에서
처음 무당 부채를 본 순간,
언니는
한참을 바라봤다고 했다.
무당은 웃으며 말했다.
"넌 타고났네."
"잘 왔다."
그 뒤로 언니는
신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언니는 한때
남자친구에게
감금당한 적이 있었다.
칼을 들이대며,
"니까짓게 나를 능멸해?"
"나는 신이 될 거다."
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언니는
더 빠르게 무너졌다.
어느 날은
키우던 고양이를
이유 없이 때렸다.
정작 본인은
아무 기억도 없었다.
룸메이트가
말해 줬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어."
도와주려고 다가간 사람들을
비웃고,
욕하고,
밀쳐냈다고.
나도
직접 본 적이 있다.
평소의 언니는
아니었다.
나는 울면서 말했다.
"언니... 왜 그래."
그 순간,
언니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가 뭘 아는데."
그 목소리는
분명 언니의 목소리였다.
그런데도,
언니가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며칠 뒤,
언니는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번,
아주 조용히
이런 말을 했다.
"가끔..."
"내 몸 안에서 누가 나를 비웃는 소리가 들려."
그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아직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 언니가
정말 신을 받은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끝까지 신을 거부하다
무언가에게
먼저 잡아먹힌 사람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