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과 무속 · SP-0012
신을 잘못 받은 사람
사람들은
신내림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당들은 말한다.
신은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니라고.
연예인도
노래와 춤을 잘한다고
모두 데뷔하는 건 아니다.
타고난 기운이 있고,
그 자리에 설
그릇이 있어야 한다.
무당도 마찬가지다.
받아야 할 사람이
받아야 한다.
문제는,
가끔 신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억지로 신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들어오는 건
신이 아니라,
허주.
혹은
이름 없는 잡귀.
그 순간부터
사람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잠을 잘 수 없고,
남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이면 안 되는 것이 보이고,
멀쩡하던 사람이
혼잣말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다들 신병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일이 생긴다.
술만 마시면
점을 보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절대 모르던 남의 일을
술기운에 중얼거리듯 맞힌다.
문제는,
그 사람이 다음 날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당들은
그걸 보고 말한다.
"입이 먼저 열렸네."
사람의 입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온 무언가가
말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보는 것.
보이면 안 되는 미래를 보고,
천기를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는 것.
그때부터는 그 존재가 사람을 대신해 입을 쓰기 시작한다고 한다.
예지몽도 비슷하다.
내 친구는
가끔 꿈이 현실이 되는 사람이었다.
면접을 앞둔 어느 날,
친구가 다급하게 연락했다.
"어젯밤에 네 꿈을 꿨어."
나는 길 한복판에서
아이처럼 펑펑 울고 있었고,
누군가 다가오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사람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했다.
너무 생생해서
무서웠다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꿈에서 침을 뱉는 건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징조라는 글이
많았다.
나는 웃어넘겼다.
딱히 그럴 사람도 없었으니까.
며칠 뒤,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크게 싸웠다.
그리고 그대로
손절했다.
그 이야기를
무당에게 했더니,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예지몽이 아니야."
"...네 꿈을 대신 꿔준 거야."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었다.
무당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으로
이것만 말했다.
**"신을 잘못 받으면,
미래를 보는 게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불행이,
먼저 너를 보기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