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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과 무속 · SP-0008

창귀

STORY BY JAEI JEON4분 읽기1,941
#전승#심리공포#인간공포
CONTENT NOTE · 공포 및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환마마라고 한다.
호랑이에게 물려간 사람은
죽어서도 산을 떠나지 못하고,

창귀가 되어
겨드랑이 사이에서 다음 희생자를 홀린댔다.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호랑이를 마주친 순간에는.
창귀가 된 친구든,
그게 내 이름을 부르고 있든,

아니면 지금 저 아래에서
목이 뜯긴 채 꿈틀거리는 내 친구건.
중요한 건 하나뿐이다.

도망쳐야 한다.

살아야 한다.

그래.
저건 창귀다.
창귀인 것이다.

나는 지금
창귀에게서 도망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뒤에서 들리는 비명을
외면할 수 있었으니까.

“야…”

“야… 잠깐만…”

눈밭 뒤쪽에서
젖은 숨소리가 따라왔다.

나는 죽을 듯이 산을 내려갔다.
발이 미끄러지고,
손바닥이 다 까져도
멈출 수 없었다.

근데 이상했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점점 또렷해졌다.

마치 바로 등 뒤에서
걷는 것처럼.

“나 아니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즈음,
친구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다.

“나 안 물렸어…”

나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아니야.
속지 마.

창귀는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낸다.
분명 그렇게 들었다.
그러니까 저건

준호가 아니다.
준호 흉내를 내는
무언가다.

그 순간,
뒤에서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쿠당탕—
눈 뭉치가 굴러 떨어지고,
짐승 울음 같은 게
산 아래를 긁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린 비명.
이번엔 진짜였다.
목이 찢어지는 소리.

숨이 끊어지는 소리.
사람이 죽을 때 나는 소리.

나는 그제야 확신했다.
그래.
준호는 이미 죽었다.

지금 내 뒤에서 따라오는 건
창귀다.

근데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한참을 뛰어 내려와

등산로 입구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뒤에서 따라오던 발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아주 멀리서,
산 위쪽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였다.
내 바로 뒤에서,
거의 귀에 입을 붙인 거리에서
준호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제야 살았다.”

살아남았다.
나는 살아남았다.
눈밭을 구르듯 내려와
산 아래 도로를 보았을 때,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폐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고,
입 안에서는 피 맛이 났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끝까지.
산 입구 불빛 아래로 뛰어들 때까지도,

지나가던 트럭이 급하게 멈춰 설 때까지도,
나는 절대로 뒤를 보지 않았다.

창귀는
뒤돌아보는 순간 홀린다고 했으니까.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제대로 대답도 못 했다.
그저 산에,
호랑이가 있다고만 말했다.

다들 미친놈 보듯 했다.
당연했다.
이 시대에 무슨 호랑이냐고.

하지만 경찰은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날,

준호 시체가 발견됐다.
목이 반쯤 뜯겨 있었다고 했다.
짐승 짓 같았다고 했다.

근데 이상한 건,
시체 상태였다.
죽은 지 꽤 지난 것처럼

몸이 굳어 있었다고 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
내 옆에서 같이 뛰고 있었는데.

그 얘길 듣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니야.

그럼 어제 내 뒤에서
계속 따라오던 건
뭐였지?

그날 이후로
나는 산 근처도 가지 않았다.
창문도 꼭 잠그고 잤고,

밤에는 이어폰도 끼지 않았다.
혹시라도
무슨 소리를 들을까 봐.

근데 사람은 결국 익숙해진다.
몇 달 지나니까
나도 조금씩 괜찮아졌다.
악몽도 줄었고,

준호 생각도 덜 났다.
살아남은 사람은
원래 그렇게 산다.

그래서 방심했다.
어젯밤이었다.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골목 입구에서
누가 날 불렀다.

“야.”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근데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웃긴 건,
그 목소리가 너무 자연스러웠다는 거다.
정말 그냥,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

나는 애써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분명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새벽 두 시쯤,
잠결에 이상한 걸 느꼈다.
누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눈은 감은 채였다.

근데 알 수 있었다.
사람은 가끔,
안 봐도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그리고 아주 천천히,
젖은 숨소리가 들렸다.

“…살아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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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JAEI JEON

괴담을 기록하고 편집하는 J_SP4DE의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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