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과 무속 · SP-0007
몽타주 영정
집안에서는
영정사진을 오래 두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집도
제사를 지내야 했는데,
고인의 영정사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대신,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말을 모아
몽타주를 그려
액자에 넣었다.
제사가 끝난 뒤에도
버리기는 그래서,
집 지하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
그때 우리가 살던 집은
4층짜리 주택이었다.
이상한 건,
창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집 안 계단 한구석이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모퉁이.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유난히 검고 차가운 곳.
나와 동생은
어릴 때부터
그 앞을 지나가는 걸
너무 싫어했다.
이유도 없이
뛰어서 지나갔고,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됐다.
"저기 무서워."
"누가 있는 것 같아."
어른들은
그냥 애들이 겁이 많은 줄 알았다.
그런데
창고를 정리하던 날,
몽타주 영정을
집 밖으로 내보냈다.
그날 이후,
신기하게도
나와 동생은
그 계단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았다.
조상신은
그렇게 모시면 안 된다고 했다.
사진도 없는 사람을,
기억을 짜 맞춰 만든 얼굴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그건
조상을 모시는 게 아니라,
이름 없는 무언가에게
얼굴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난 아직도 모르겠다.
그때 우리 집에 있던 건,
정말
조상신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