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SP-0026
데이팅 앱
스와이프.
왼쪽.
오른쪽.
왼쪽.
원래 이런 앱은
생각 없이 넘기게 된다.
얼굴 몇 장 보고,
취향 아니면 넘기고,
가끔 마음에 들면 멈추고.
나도 그랬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했다.
계속 같은 사람이 나왔다.
처음엔 그냥 닮은 사람인가 싶었다.
요즘 유행하는 얼굴.
비슷한 화장.
비슷한 표정.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학습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까,
그 사람은
나였다.
내 눈.
내 코.
내 입.
내 얼굴.
정확했다.
친구들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누가 내 사진으로 계정을 만든 건가 싶었다.
프로필을 눌렀다.
이름은 달랐다.
지역도 달랐다.
부산.
도쿄.
방콕.
블라디보스토크.
전부 다른 사람인데,
얼굴만 나였다.
스와이프.
또 나.
스와이프.
또.
나.
점점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사람 얼굴을 보는 느낌이 아니었다.
거울을 계속 넘기는 느낌이었다.
근데 거울이라기엔
조금씩 달랐다.
웃는 방식.
눈 깜빡이는 타이밍.
입꼬리 각도.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근데 이상하게도,
그 차이가 더 무서웠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 속 내가
내가 안 해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없는 상처가 생겼고,
모르는 장소에 있었고,
어떤 사진에서는 울고 있었다.
근데 기억났다.
비 냄새.
젖은 아스팔트.
차가운 손.
처음 보는 사진인데,
왜 기억이 나는 거지?
나는
스와이프를 멈추지 못했다.
다음 사람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계속 나였다.
계속.
계속.
계속.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람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긴 한 건가?
다음 프로필.
나.
그다음.
나.
그다음.
…
잠깐.
원래 사람 얼굴들이
이렇게 달랐었나?
갑자기 기억이 흐려졌다.
엄마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 얼굴도.
회사 사람들도.
생각하려고 할수록
전부 비슷하게 뭉개졌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그리고,
전부 조금씩
나처럼 보였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황급히 앱을 껐다.
검은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근데 확신이 안 섰다.
이게 내 얼굴이었나?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의 얼굴을
내 얼굴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건가?
휴대폰이 진동했다.
“새로운 매칭이 도착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눌렀다.
프로필 사진이 떴다.
나였다.
근데 이번엔 이상했다.
사진 속 나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면 안에는,
지금 이 화면을 보고 있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