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과 무속 · SP-0010
가위 눌린 밤
마감을 하려고,
3층 불부터 끄러 올라갔다.
3층은
이상한 층이었다.
조그만한 연습실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
불을 하나씩 끄고 있는데,
갑자기 연습실 안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순간 멈춰 섰다.
'잠깐...'
우리 학원은
현악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바이올린이 있을 리도,
연주할 사람도 없었다.
처음에는
누가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어놓은 줄 알았다.
그런데 소리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것처럼
너무 선명했다.
혹시 학생이 남아 있나 싶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연습실 한가운데
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천천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춤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박자는 정확한데,
관절이 꺾이는 방향이
사람과 달랐다.
목이 먼저 돌아가고,
허리가 뒤따라 비틀리고,
양팔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축 늘어진 채 흔들렸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음악이 멈추자,
움직임도
동시에 멎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는 끝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문을 닫고,
그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