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열 · SP-0004
야간 편집
편집실엔 늘 이상한 소문이 많았다.
특히 야간 편집.
새벽 넘어가면
다들 한 번쯤은 뭔가 듣는다고 했다.
구두 소리,
숨소리,
이어폰 안쪽에서 들리는 여자 목소리.
나는 그런 거 안 믿었다.
그날도 방송 송출 직전이라
혼자 남아서 편집 중이었다.
불 켜진 건 내 편집실 하나뿐.
복도는 이미 소등됐고,
다른 팀은 전부 퇴근한 상태였다.
헤드셋 끼고 작업하는데,
딱.
딱.
구두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위층인가 싶었다.
근데 이상했다.
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복도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헤드셋 안쪽에서 울리는 느낌.
머리뼈 안을 긁는 것처럼.
딱.
딱.
딱.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순간
헤드셋 볼륨을 내렸는데도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걸 깨달았다.
그때,
편집 타임라인 오디오 파형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아무 소리도 안 넣은 구간인데.
잡음처럼 치직거리다가,
여자 목소리가 섞였다.
“뒤돌아보지 마.”
순간 몸이 굳었다.
편집실 유리창에
내 뒤 복도가 비쳤다.
불 다 꺼진 복도 끝에
여자가 서 있었다.
고개가 안 보였다.
머리카락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고,
검은 구두만 보였다.
딱.
한 걸음.
딱.
또 한 걸음.
근데 이상한 건,
유리창 속 그 여자는
걸어오고 있는데,
실제 복도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오직
헤드셋 안에서만 들렸다.
마치,
내 머리 바로 뒤에서
걷는 것처럼.
너무 무서워서
헤드셋도 못 벗고
그대로 뛰쳐나왔다.
소등이고 뭐고 모르겠고,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구두 소리가 따라왔다.
딱.
딱.
딱.
층이 바뀌어도.
밖에 나와서도.
집 가는 길에도.
계속.
나는 진짜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따라오지 말아주세요…”
“제발 따라오지 말아주세요…”
집 와서 겨우 진정하고
헤드셋을 벗으려는데,
안에서 여자 숨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돌아봐도 돼.”
그 뒤로
내 오른쪽 귀는
안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