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열 · SP-0003
402호
그래.
그런 불문율 있지.
자살한 사람이 든 호텔방은
건들지 말라고.
물론 청소는 내가 안 해.
난 그냥 호텔 청소부일 뿐이니까.
보통은 업체 불러서 처리하지.
그래도 가끔은 알아.
그런 방에 들어가면
공기가 좀 다르거든.
눅눅하고,
조용한데.
조용한 게 아닌 느낌.
특히,
천장에서 내려온 줄이
아직 천천히 흔들리고 있을 때.
…
아무도 없는데.
호텔방에는 문이 세 개야.
방 문.
발코니.
그리고,
저기서 내려온 끈.
밖으로 나가는 방법도 비슷하지.
문으로 나가든,
발코니로 떨어지든,
아니면 거기 매달리든.
선택은 많아.
그래서 다들
쉽게 생각하더라.
끝낼 수 있다고.
…
근데 이상하지.
그 안에서 죽은 사람들,
아무도
"나갔다."는 얘기는 없거든.
문을 열어도
다시 그 방이고,
발코니를 넘어도
다시 그 방이야.
계속.
계속.
402호.
그래서 가끔은
생각해.
여긴
들어오는 방이 아니라,
남는 방 아닐까 하고.
…
외로워?
괜찮아.
곧 누가 들어와.
청소하러.
처음엔 다들
못 들은 척해.
근데 몇 번만 부르면
돌아보더라.
천장도 보고,
발코니도 보고.
그리고 결국,
여기까지 올라와.
…
그래.
사는 게 힘들지?
여기로 와봐.
괜찮아.
이미,
문은
닫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