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붕괴 · SP-0017
사진은 사람을 나눈다
1부. 진술서 (원문 / 열람 제한)
나는 사진이 싫다.
싫다.
아닌가.
나는 하나다.
원래 하나였지.
너는 괜찮다 했고.
그는 웃었다.
웃었나.
필름 속에
있다.
지금 말하는 나.
읽는 너.
벽에 있는 ███.
눈을 뜨고 있었다.
뜬 것처럼 보였다.
내 눈은 ███ 개인데.
누구였나.
아무도 아니면
왜 이렇게 ███.
기억해.
아니.
기억하는 순간 █████████.
찰칵.
그 소리.
이번엔 진짜다.
진짜라는 말은 ███████.
나는 얇아졌다.
너는 남았다.
███ 벽에.
셋이었다.
원래부터 ███████.
사진은 기록이 아니다.
사진은 ███████████.
한 장.
또 한 장.
그 사이에
█████ 내가.
영혼이 ███████.
느낀다.
느낀다는 건
████████████.
문제는 사진이 아니다.
██████████████.
그래서
██████████.
그럼 너도.
지금
몇 개냐.
거울은
████████.
여러 개로
만들어주마.
██████████████████
지금
여기 있는 너.
██████.
2부. 취조 기록 발췌
사건번호: 24-██-731
기록 상태: 일부 음성 복원 완료
형사:
…진술서는 이게 전부입니까?
피의자:
네.
형사:
중간이 전부 검게 지워져 있습니다.
피의자:
지운 게 아닙니다.
형사:
그럼 누가 이랬다는 겁니까.
피의자:
읽은 사람이요.
(침묵)
형사:
무슨 뜻입니까.
피의자:
끝까지 읽으면, 안 보입니다.
형사:
장난치지 마십시오.
(종이 넘기는 소리)
형사:
여기 보십시오. 이 문장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
형사:
…아니.
잠깐.
이 줄도 원래—
(기록 일시 중단)
형사:
사진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겁니까?
피의자:
사진 때문이 아닙니다.
형사:
그럼.
피의자:
사진은 하나를 여러 개로 만드는 방법일 뿐입니다.
형사:
무슨 소립니까.
피의자:
원본은 하나여야 합니다.
복사본은,
가끔 원본보다 먼저 눈을 뜹니다.
(침묵)
형사:
…그 가족도 그 말을 했습니까?
피의자:
아니요.
그 사람들은 이미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형사:
여기.
이 문단.
왜 아무것도 안 적혀 있죠.
피의자:
형사님 눈에는 비어 있습니까?
형사:
…예.
피의자:
다행이네요.
(약 11초간 침묵)
형사:
잠깐.
여기,
방금 글자가—
(의자 끌리는 소리)
형사:
누가 추가로 적었습니까.
이 문서는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피의자:
아닙니다.
형사님이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기록 말미)
형사:
…….
피의자:
몇 개입니까.
형사:
뭐가.
피의자:
형사님.
지금,
형사님은
자신이
몇 개로 보입니까.
(약 23초간 침묵)
(종이 찢어지는 소리)
(녹음 종료)
기록 보존 담당자 메모
해당 취조는 총 3시간 41분 진행되었으나, 복원 가능한 음성은 19분뿐이었다.
담당 형사는 취조 종료 후 제출한 보고서에 다음 한 줄만 남겼다.
"사진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나눈다."
이후 원본 보고서는 회수되었으며, 현재 열람 가능한 사본에는 위 문장만 남아 있다.